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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이 사람] 안지환 단장, 창단 30주년 그랜드오페라단, 상설소극장으로 K-오페라 정착시키겠다

부산이 K 오페라 수출, 전진 기지 역할 기대

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 |

 

 


대극장 중심 오페라에서 벗어나 소극장 시대로 

 

안지환 단장이 이끄는 그랜드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오는 6월 23일 부산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창작오페라 《봄봄》 100회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만난 안 단장은 지난 30년의 경험을 한마디로 정리했다."이제는 대극장 중심의 오페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과 더불어 상설소극장을 만들어 1년 내내 오페라를 공연하는 레퍼토리 극장 시대를 열겠다."

 

그의 구상은 분명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관문이라면, 상설소극장은 실제 관객이 오페라를 만나고 소비하는 생활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언제라도 K-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는 오페라 사랑방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는 단순히 공연장 하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오페라가 수십 년간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그동안 국내 오페라는 대규모 제작비와 단발성 공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연이 끝나면 작품도 사라지고 관객도 흩어졌다. 그러나 상설소극장은 다르다. 작품이 살아남고, 관객이 축적되고, 배우와 연주자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유럽의 오페라 강국들이 오늘의 명성을 얻은 것도 바로 이러한 레퍼토리 시스템 덕분이다. 대극장이 상징성과 권위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소극장은 예술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 생태계의 뿌리다. 안지환 단장이 꿈꾸는 상설소극장은 부산을 넘어 한국 오페라의 체질을 바꾸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후원회 조직 강화로 의미, 보람, 사회적 자긍심 심어 줄터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후원회 조직과 스폰서십 개발이다. 안 단장은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살롱콘서트와 문화모임을 통해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는 "소극장 운영과 후원회 조직이라는 두 개의 축이 함께 돌아갈 때 비로소 지역 문화가 변방이 아니라 글로컬 문화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일규 단장이 1983년 오페라상설무대를 창단하며 꿈꾸었던 '오페라 상설화'의 비전이 있었다.부산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이는 한 지역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전주, 춘천 등 전국 각지의 오페라단들이 독립운동하듯 저마다의 횃불을 높이 드는 '오페라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마다 자신만의 이야기와 콘텐츠를 가진 K-오페라가 탄생하고, 그것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문화 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K팝 관객, 성숙한 감상자되어 부산찾는 관광 자원이 될 것  

 

13년 전 K-오페라 네이밍과 로고를 만들었던 필자 역시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에는 하나의 이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운동이 되고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문화의 전파력이 어디 K-Pop과 BTS에만 있겠는가. K-Pop을 사랑하던 세계의 젊은 팬들도 세월이 흐르면 보다 깊고 성숙한 문화 콘텐츠를 찾게 된다. K-드라마 다음에 K-뮤지컬, 그리고 K-오페라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 성장의 단계다. 한국을 찾는 세계인들의 문화 소비 또한 점차 다양하고 깊어질 것이다.

 

결국 씨앗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농부는 씨앗을 믿고 땀을 흘린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은 지금 보이지 않는 시장을 먼저 준비한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이름을 짓고, 먼저 길을 만들고, 먼저 배를 띄우는 사람이 미래를 선점한다.

 

K오페라 수출,  부산이 뱃고동 울린다 

 

부산 소극장 운동이 일파만파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K-오페라 세계화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부산은 항구다. 열린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다. 이제 부산항에 K-오페라호가 닻을 올렸다. 세계 시장을 향한 힘찬 출항의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논란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우리에게 있다. K-오페라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