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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함에서 비극까지… KBS교향악단, 말러 '비극적'으로 그리는 운명의 궤적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 협주곡'부터 말러 교향곡 6번까지…
요엘 레비 지휘·이혁·이효 형제 협연, 5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개최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찬란한 빛에서 심연의 어둠까지, 인간 존재의 양극을 가로지르는 음악적 여정이 펼쳐진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5월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826회 정기연주회 ‘운명의 타격’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20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두 거장, 프랑시스 풀랑크와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을 통해 삶의 다층적인 감정과 존재의 본질을 응축해낸다.

 

무대는 경쾌한 생동감으로 시작해 거대한 비극으로 귀결된다. 그 중심에는 계관지휘자 요엘 레비와 피아노 듀오 이혁·이효 형제가 있다. 세대와 해석의 결이 다른 이들이 한 무대에서 빚어낼 음악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나의 서사로 완성될 전망이다.

 

1부는 프랑시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 61’로 시작된다. 1932년 작곡된 이 작품은 재치와 우아함, 그리고 순간적으로 전환되는 감정의 대비가 돋보이는 곡으로, 풀랑크 특유의 감각적 언어가 집약되어 있다. 경쾌한 리듬과 선명한 선율 위에서 두 대의 피아노는 때로는 대화하듯, 때로는 경쟁하듯 긴장과 균형을 교차시키며 입체적인 음악적 풍경을 펼쳐낸다.

협연자로 나서는 이혁과 이효는 국제 무대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는 형제 피아니스트다. 각기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이들은 함께 연주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서로의 호흡을 본능적으로 공유하는 이들의 앙상블은 풀랑크 음악의 유희성과 섬세한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두 연주자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나란히 주목받으며 세계 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다. 이번 무대는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6번 a단조 ‘비극적’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말러 교향곡 가운데서도 가장 강렬한 구조적 긴장과 어두운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비극적’이라는 부제는 후대의 명명이지만, 음악 전반을 지배하는 운명적 압박과 파국적 흐름은 그 의미를 분명히 드러낸다.

 

특히 종결부에 등장하는 ‘망치 타격’은 이 교향곡의 핵심적 상징이다. 인간의 의지로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내려치는 순간을 형상화한 이 장면은, 청중에게 물리적 충격에 가까운 청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후 말러가 실제로 겪게 되는 가족의 비극과 자신의 병환은 이 작품을 ‘예언적 교향곡’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지휘를 맡은 요엘 레비는 2019년 동일 작품으로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치밀한 구조 해석과 극적인 긴장 조율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음악적 신뢰 위에서 다시 만나는 이번 무대는 더욱 정제되고 심화된 해석으로 말러의 비극성을 밀도 있게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번 연주는 단순한 프로그램 구성이 아니다. 풀랑크의 빛과 말러의 어둠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삶의 양면성과 존재의 본질을 음악적으로 드러낸다. 젊은 연주자의 패기와 거장의 통찰,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응집력이 결합해 만들어낼 이 서사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결국 이 무대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간은 운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 해답은 5월의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질 음악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