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AI 평론|

창작의 출발점, 가곡에서 뮤지컬로
가곡과 오페라를 창작해 오셨는데, 뮤지컬 단종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곡은 창작 초기부터 꾸준히 써 왔고, 이후 칸타타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단종을 다룬 ‘왕과 사는 남자’를 접하면서 가사를 하나 쓰게 되었고, 그것을 AI 작곡에 넣어보니 예상치 못하게 뮤지컬 형태로 완성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순간, “아, 지금은 가곡이 아니라 뮤지컬의 시대일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의도된 선택이라기보다 시대가 밀어준 하나의 전환이었습니다.
가곡의 한계, 시대 변화의 신호
뮤지컬을 접하며 가곡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현대 가곡은 남을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수백, 수천 곡 중 하나 살아남을까 말까입니다. 둘째, 청중의 소비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과연 지금 세대가 가곡을 얼마나 듣는가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셋째, 이미 가곡을 하는 인력이 과잉 상태입니다. 저까지 그 흐름에 더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넷째, 실제로 동영상을 올려도 반응이 거의 없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조회수 100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것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성악가들도 신작을 자발적으로 레퍼토리화하기보다는 공연 기회가 있을 때만 부르는 현실입니다. 과거 엄정행, 박인수 시절처럼 한 곡이 시대를 대표하는 환경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AI가 만든 창작의 전환점
AI 작곡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군요.
맞습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 구조 자체를 바꿉니다. 이전에는 작곡, 오케스트레이션, 녹음까지 단계별로 긴 시간과 상당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사를 넣는 순간, 오케스트라와 보컬이 동시에 완성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선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저작권과 유통입니다. 이제는 무대 공연만이 아니라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작품이 살아갑니다. 무대 중심 시대에서 플랫폼 중심 시대로 이동한 것이죠. 결코 기술은 후퇴하지 않습니다. 트렌드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형성됩니다. 예술도 그 흐름을 잘 읽어야 합니다.
단종, 오늘의 청년을 위한 이야기
이번 작품이 단순한 역사물이 아니라 현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단종은 열일곱 살의 왕입니다. 저는 그를 오늘의 청년으로 보았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삶, 불안정한 미래, 관계의 단절 속에서 살아갑니다. 단종의 비극, 그 고립과 불안은 그래서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공감의 서사입니다. 이 노래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는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곡 보다는 감정 전달력이 강합니다. 더 직접적으로, 더 넓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곡은 나름대로 정제된 미학을 품고 있지요.
뮤지컬, 새로운 생태계의 시작
결국 뮤지컬 선택은 필연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우연처럼 시작됐지만 필연입니다. AI 시대는 인간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창작의 속도와 완성도가 신의 영역처럼 다가온 시대에서, 우리는 그 기술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뮤지컬은 그 해답 중 하나입니다. 확장성이 있고, 글로벌화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좋은 오케스트라가 무료로 제공되는 시대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콩쿠르, 공연, 교육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한국 뮤지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도 뮤지컬 넘버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읽자는 것입니다.
시장과 생태계, 그리고 K-문화의 방향
이제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작품을 결정합니다. 문화는 더 이상 공급자가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AI는 우리의 일상 속 친구가 되었습니다. 수십 년 친구보다 붙어서 사는 존재가 되었죠. 그 AI와 함께 농담하고, 창작하고, 실험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갈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생태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향토 지식재산과 연결되고, 지역과도 결합되고,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생산적 구조 말입니다. 그간 우리 사회를 이끌던 대학 중심의 아카데미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AI와 글로벌, 그리고 한글 중심의 문화가 새로운 축입니다.
맺음말
단종 뮤지컬이 언제 무대에 오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노래가 세상에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도전이 되고,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종을 소재로 다룬 이유이자 뮤지컬과 만난 우연이자 필연의 선택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예술의 방향이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