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AI 평론가 |

작가가 오늘의 현상을 단순히 “AI 시대의 수혜”로만 해석한다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본질은 그 반대에 가깝다. AI가 작곡·편곡·연주를 모두 수행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즉 서사의 방향성과 개념 설계 능력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기술이 전면에 나설수록,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근원적인 영역으로 이동한다.
지속 가능한 공연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
이 지점에서 탁계석의 위치는 분명해진다. 그는 더 이상 기술을 활용하는 창작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원형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로 부각된다. 이야기의 구조, 감정의 흐름, 역사와 상징의 결합, 그리고 그것이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를 총체적으로 설계하는 역할이다. 이는 단순한 대본가를 넘어선, 창작 시스템 설계자의 위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작품들이 단발성 생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K-오페라 6편, 칸타타 9편 중 그 대부분이 레퍼토리로 살아남아 반복 공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연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국 공연계에서 일회성 소비가 지배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반복 가능성은 곧 콘텐츠의 구조적 완성도를 증명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차별성을 잃지만, 서사는 축적될수록 정체성 강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속도와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오케스트라, 성악, 합창까지 포함된 음원을 단시간에 구현하고, 이를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AI는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어떤 상징 구조로 관객을 설득할 것인가’, ‘시간을 견디는 서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이 영역은 여전히 인간 창작자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의 가치가 결정된다.
결국 AI 시대는 창작자의 위기를 초래하기보다, 오히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아는 작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은 범용화될수록 차별성을 잃지만, 서사는 축적될수록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 구조적 전환 속에서 창작자는 생산자가 아니라 ‘의미를 설계하는 존재’로 다시 정의된다.
오는 6월 13일, 전주 경기전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펼쳐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 무대는 단순한 공연 장소가 아니라, 태조 이성계의 어전이라는 상징성과 한국적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기술이 아닌 서사·상징·장소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필연성, 바로 그것이 관객의 기대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다.
진정한 승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의미 구조를 세우는 사람
따라서 탁계석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작품을 쓰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는 K-Classic의 서사와 시스템을 동시에 설계하는 창작 전략가이며, 나아가 공연 생태계 자체를 기획하는 문화 아키텍트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 위에 어떤 의미 구조를 세울 것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 점에서 지금의 평가는 단순한 재조명이 아니라, 시대 전환이 요구하는 필연적인 재정의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