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여민락(與民樂): 시대를 건너온 숨결- 탁계석 대본 작가

  • 등록 2026.05.02 17: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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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시간, 하나의 공명

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600년 전의 선율을 지금 다시 꺼내어 '가장 현대적인 국악'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인터뷰는 세종의 마음이 담긴 여민락이 오늘의 호흡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그 소리를 빚어내는 정교한 준비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Q1. 여민락 사계의 필연성

 

600년 전 세종이 직접 빚어낸 이 선율을 오늘날 ‘사계(四季)’라는 순환 구조로 다시 풀어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계’라는 개념은 여민락이 어떤 음악인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서 출발한 하나의 전략적 착상입니다. 일반 대중과 세계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음악적 이미지인 사계를 연상시키는 구조를 차용함으로써, 여민락을 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즉, ‘사계’라는 브랜드를 통해 음악의 순환성과 생명성을 부여하고, 여민락을 세계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Q2. 언어의 정제 과정

 

15세기 고어인 용비어천가의 노랫말을 현대 관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듬는 과정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용비어천가의 고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습니다. 여민락이 본래 기악 중심의 음악이기 때문에, 언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정신을 어떻게 오늘의 감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핵심은 세종의 애민(愛民) 정신, 즉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음악적 메시지로 구현하느냐였습니다. 현대 작곡 기법과 대본 구조 안에서, 노래가 사람을 위로하고 하나로 묶는 힘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이 지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의미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이 과정의 본질이었습니다.

 

Q3. 여민동락의 현대적 본질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  이 정신은 오늘날 어떤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보십니까?

 

이보다 더 민주적이고, 이보 더 깊은 애민 정신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세계 역사 속에서도 세종대왕처럼 백성을 뼛속 깊이 사랑한 통치자는 드뭅니다. 그렇기에 여민락의 정신은 특정 시대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감동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가뭄, 홍수, 산불, 전쟁 등 극단적 위기 속에서 생존과 죽음이 교차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세종의 리더십—백성을 위해 음악을 만들고, 함께 즐겁게 살기를 꿈꾸었던 정신—은 지구촌 전체에 필요한 가치입니다.

 

이제 우리는 ‘작곡가 세종’과 ‘여민락’을 세계 음악사 속에 정당한 좌표로 위치시켜야 합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인류의 형제애를 노래하며 세계 표준이 되었듯, 여민락 역시 그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전통의 생명력

 

역사적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호흡을 불어넣기 위해 끝까지 고수한 서사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핵심은 ‘전통의 유지’가 아니라 ‘전통의 호흡’에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오늘의 시대성과 연결하기 위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세종학당의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그 상징으로 세종학당가 ‘오너라’를 삽입하고, 어린이 합창단이 이 부분을 담당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미래 세대가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치이자, 여민락을 살아 있는 음악으로 되살리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여민락은 더 이상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닙니다.

 

한글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의 음악 역시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위대한 유산의 재해석이며, K콘텐츠의 본질적 확장입니다.

 

합창 교향곡 9번이 세계의 표준이 되었듯, 여민락 또한 세계 명곡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K-Pop 이후의 다음 단계, 곧 ‘BTS Next’는 바로 K-Classic일 것입니다.

 

특히 전주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전이 모셔져 있는 성역의 공간에서의 초연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적 신호탄입니다. 전주시와 문화재단, 그리고 예술단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작업이 세계 무대로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백화 greenp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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