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작품은 손을 떠나는 순간 시험대에 오른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더 이상 창작자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연주자, 연주 단체, 그리고 소비자의 몫이 된다. 그러나 이 이행의 순간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오히려 냉혹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무관심의 벽 앞에서 작품은 홀로 서게 된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세상과 만나는 이 순간을 믿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믿음을 시험한다. “좋은 작품이면 살아남는다”는 말은 이상일 뿐, 실제로는 발견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작품이 훨씬 더 많다.
서양 레퍼토리, 반복이 만든 신뢰의 구조
반면, 서양의 명곡들은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과 말러의 작품은 수백 년에 걸쳐 끊임없이 연주되고, 교육되고, 기록되며 하나의 문화적 인프라를 형성했다. 이들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반복과 재현을 통해 축적된 신뢰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청중은 낯설지 않고, 연주자는 부담 없이 선택하며, 기획자는 흥행을 예측할 수 있다.
지휘자 Leonard Bernstein은 “위대한 음악은 연주되고 또 연주되며 완성된다.”고 했다. 우리가 이 위대함에 도전하는 것인가? 그 때는 언제일까? 가능한 것일까?
한국 창작, 외로운 개척의 땅
그렇다. 우리 한국의 창작은 여전히 외로운 개척의 땅 위에 서 있다. 우리 것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고, 사용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비용의 부담까지 넘어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은 멈출 수 없다. 창작이 없는 음악은 정체된 문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휘자 Herbert von Karajan는 “음악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과거의 것만 반복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용할 내일의 고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작품의 힘을 믿게 하는 조건
작품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곡을 쓰는 것이 아니다.
반복 가능한 구조
공감 가능한 정서
플랫폼과 네트워크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작품은 살아남는다.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고, 기록하고, 다시 호출하는 순환 구조 속에서 비로소 작품은 힘을 갖는다.
‘여민락’과 전주시, 전주문화재단의 도전
따라서 이 작품은 한국 창작이 세계 레퍼토리와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사건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공연이 아니라, 반복과 축적이다. 때마침 <세종의 귀환 '여민락'>은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의미도 담은 것이 아니겠는가. 완성도를 더욱 높여 독일 본(Bonn) 등 해외 진출을 꿈꾸는 도약과 비전이다.
■ 공연 정보
칸타타 <세종의 귀환 ‘여민락’>
총감독 홍성훈
음악감독 김준희
대본 탁계석
작곡 박영란
일시: 6월 13일 오후 6시
장소: 전주 경기어전
주최: 한바탕 전주
주관: 전주문화재단. 헤리테이지 Lab, 숨고
후원: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북특별자치도.
결론
작품은 외롭다. 그러나 반복되면 힘이 된다.
그래서 진정한 K-Classic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누가 먼저 믿고 실행할 것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