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K 오케스트라를 두고 “K콘텐츠 광맥에서 노다지를 캐는 광부”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우리는 이미 엄청난 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 기념일, 한글, 향토, 음식, 자연, 서사까지 모두 K콘텐츠의 광맥이죠. 문제는 그걸 그냥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겁니다. K 오케스트라는 그 광맥을 찾아내 음악이라는 도구로 캐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미 있는 것을 새로 발명하는 게 아니라, 있지만 연주되지 않았던 대한민국을 연주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① 레퍼토리 축적은 ‘금이 묻힌 광맥의 보물지도’다
이런 비유가 가능하려면, 실제 축적된 성과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저는 칸타타 작품을 아홉 편이나 완성해 일회성이 아닌 상설 레퍼토리로 어느 정도 정착시켜 놓았습니다. 오페라 역시 다섯 작품 모두 한 편도 유실되지 않고 매년 저작권을 발생시키고 있지요.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증된 경험입니다. 이런 노하우는 금이 묻힌 광맥의 위치를 아는 보물지도를 가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 이미 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기획에 대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올해 수정본으로 전주에서 재연되는 〈여민락〉 공연 역시 단발성 공연이 아니라,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 위에 있습니다. 독일 본(Bonn)시와의 대화가 이어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지요.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지만, 역사라는 과거에 묻혔다고 해서 흙을 외면하는 것은 향토 지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② 비(非)공공기관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다
K 오케스트라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조직인데요
오히려 가장 큰 무기입니다. 행정 절차에 묶이지 않는 순발력, 아이디어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기동성, 다양한 실험을 허용하는 유연성은 민간 오케스트라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빠른 기획과 참신한 발상,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속도와 창의력의 결합이 K 오케스트라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큰 숙제가 있지만요.
③ ESG와 사운드 포커싱, 기업 참여의 명분을 만들다
기업과의 협업, ESG 이야기도 자주 하십니다
그래서 K 오케스트라의 미래 전략에서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운드 포커싱 공연장은 전기 증폭 없이 자연 음향으로 완성되는, 친자연·친환경의 상징적 공간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음식, 춤, 판소리, 정가, 향토 문화까지 포용하면 K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음악 단체를 넘어 K컬처 플랫폼이 됩니다. 기업은 후원이 아니라 가치에 투자하게 됩니다. 이걸 기업에게 설득하는데 말 보다는 실제 공연이 효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관객 반응과 감동에 달렸다는 뜻입니다.
④ K컬처 네트워크와의 입체적 연대
한류 산업, 문화 단체와의 연대도 중요해 보입니다
K 오케스트라는 고립된 조직이 아니라 한류 산업의 흐름 속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한글기념사업회, 문화예술 단체, 지역 축제, 한류 기업과 연계할 때 활동의 외연이 폭발적으로 확장됩니다. 공연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시·강연·체험·미디어 콘텐츠로 파생될 때, K 오케스트라는 정적인 연주 단체가 아니라 문화 엔진이 됩니다.
⑤ K컬처 300조의 함정, 그래서 K-Orchestra 로드가 필요하다
정부의 ‘K컬처 300조’ 전략은 어떻게 보십니까?
금을 캐는 데 목소리 높여 외칠 필요는 없겠지요. 비판도 하고 칼럼도 수백 편 써봤습니다. 이제는 마인드가 되는 분들과 합심해 K-Orchestra라는 이름으로 K-Classic 로드를 실제로 만들고자 합니다.정부의 K컬처 300조가 돈 되는 곳에만 함몰된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단기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문화는 상품 이전에 격과 예술성이 축적된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순수 지원이 필요한 이유지만, 공공으로 가면 투자 대비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현실도 분명합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K-Orchestra의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K 오케스트라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K 오케스트라는 서양 음악을 잘 연주하는 단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간과 정신을 연주하는 집단이어야 합니다. 광맥은 이미 있고, 이제 누군가는 곡괭이를 들고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그 역할을 선택했습니다.

K클래식 제안으로 경기도립국악단이 K오케스트라 명칭으로 국제음악작품 공모를 한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