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숲을 짓다' 세계가 주목한 이름 서은진, '2026 LA ART SHOW FEATURED EXHIBITION' 선정

  • 등록 2025.12.30 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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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전통미감으로 세계 공략… 서은진, LA ART SHOW FEATURED EXHIBITION 선정

LA ART SHOW가 주목한 한국 작가 서은진, 한지와 전통미감으로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2026년 LA ART SHOW가 한국 작가 서은진(Jinny Suh)을 주목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서은진 작가는 이번 아트쇼에서 FEATURED EXHIBITION(특별 부스 전시) 작가로 선정되며, '평온한 숲(Peaceful Forest)'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세계 각국의 유수 갤러리와 컬렉터, 큐레이터들이 주목하는 LA ART SHOW에서의 이번 선정은, 지난 10여 년간 미국 현지에서 축적해 온 작가의 행보가 본격적인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된다.

 

서은진 작가의 미국 활동은 화려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6년, 그는 단 두 점의 작품을 들고 현지 큐레이터를 직접 찾아 나섰다. 소개나 보증 없이 문을 두드린 그 시도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결국 LA ART SHOW 참여라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트쇼에 꾸준히 참가하며 작품 세계를 알렸고, 현재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아트 관련 법인을 설립해 작가이자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성’이라는 단어가 그의 커리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서은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한지, 전통성, 그리고 평온함이다. 그의 화면에는 닭과 새, 숲과 나비 같은 자연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존재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닭과 새는 길상(吉相)의 의미를 지닌 존재로, 전통 자수와 민화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소재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전통적 소재가 한지라는 물질성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구성된다는 데 있다. 서은진의 작업은 흔히 ‘전통 자수를 한지로 재현한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 자수가 아닌, 한지를 겹겹이 쌓고 오려내며 만들어낸 화면은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구조를 지닌다. 이는 전통 재료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회화와 설치,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적 실험으로 읽힌다.

 

 

색채 역시 그의 작업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통 자수의 천연염색을 연상시키는 제한된 원색 사용은 작품의 형식을 결정짓는 핵심 조건이다. 중간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색의 점진적 변화나 입체적 환영은 배제되고, 대신 색면의 평면성과 명확한 윤곽이 강조된다. 이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처럼 색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서양 회화 전통과는 다른 방향이다. 오브제는 배경과 분명한 경계를 이루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화면 위에 자리한다.

 

이러한 형식적 선택은 단순한 미적 취향을 넘어, 현대미술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재료와 상징, 제한된 색채는 과연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서은진의 작업은 이 질문에 대해 조용하지만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빠르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거리를 두고, 오히려 느림과 여백, 반복을 통해 감상자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여유롭고 우아한 자유로움이다. 숲은 위협적인 공간이 아니라 쉼과 회복의 장소로 그려지고, 동물들은 경쟁이나 긴장보다는 공존의 상태로 배치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삭막한 환경 속에서 작가가 제안하는 하나의 대안적 풍경이다. 특히 한지를 활용한 작업은 도식화된 현대인의 주거 공간에 인간적인 온기와 정서적 안정감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같은 작업 세계는 해외 미술계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영국의 유명 갤러리 레베카 호삭 갤러리(Rebecca Hossack Gallery) 관장이 그의 작품을 소장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해외 갤러리와 개인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매하며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을 통해 세계적인 것을 찾고자 한다'는 그의 작업 태도는,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서은진 작가는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영국 유학을 거쳤다. 미국 IAU 대학에서는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학력과 경력 못지않게 주목할 부분은, 그가 작가로서뿐 아니라 전시 기획과 운영을 아우르는 디렉터로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 생태계 전반을 고민하는 태도로 읽힌다.

 

2026 LA ART SHOW 이후, 서은진 작가는 로스앤젤레스 소재 EK ART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개인전은 아트쇼에서 선보인 ‘평온한 숲’의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확장하는 자리로, 그의 최근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지를 매개로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잇는 서은진의 작업은 요란하지 않지만 꾸준하다. 그리고 그 꾸준함이 마침내 세계 무대에서 분명한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2026년 LA ART SHOW는 그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울려 퍼지는 지점이 될 것이다.

오형석 미술전문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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