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오케스트라의 99%가 우리 곡 안 한다
K 오케스트라의 출발은 결코 축제의 언어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에서 시작되었고, 환호가 아니라 질문에서 태어났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글을 써도,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꿈쩍하지 않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 오케스트라 가운데 1년에 단 한 곡이라도 우리 작곡가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체감적으로는 99%에 가깝다. 문제는 단순히 “우리 곡을 안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개념과 인식의 바닥에 ‘우리 것’이라는 항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 나라가 K-컬처, K-콘텐츠를 외친다
세계는 한국을 주목하고, 앞으로 문화 수출 300조를 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오케스트라의 무대 위는 여전히 19세기 유럽에 머물러 있다. 왜일까. 서양 레퍼토리를 해야 자신의 격이 올라가고, 그래야 유능한 지휘자, 수준 있는 오케스트라로 인정받는다는 믿음이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오랫동안 제도와 교육, 평가 구조 속에서 강화돼 왔다. 그 결과, 우리 음악은 ‘시도해도 되는 선택지’가 아니라 ‘위험한 모험’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 이면에는 우리 것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솔직히 말해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K 오케스트라는 그런 현실을 향한 마지막 질문이다. 이름부터가 유행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즉흥적인 네이밍이 아니다.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고, 기존 오케스트라들이 언젠가는 우리 작곡가들의 창작을 책임 있게 연주해 주기를 오래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우리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서양 레퍼토리를 연주하다가, 일정에 쫓겨 급히 우리 곡 하나를 얹어 ‘억지춘향’처럼 내놓는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우리 안에서조차 충분히 다듬지 않은 음악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고 K-컬처를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가깝다.
우리의 언어와 정서, 동시대 감각을 담아내는 그릇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우리 작품을 중심에 두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최소한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K 오케스트라는 바로 그 필요에서 태어났다. 기존 오케스트라를 부정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지금까지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우기 위한 플랫폼이다.
K 오케스트라는 우리의 얼굴이 되고, 우리의 언어와 정서, 그리고 동시대의 감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K-컬처 역시 공허한 구호에 머물 것이다.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K 오케스트라는 그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