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지난 10년 창작오페라의 성적표에서 가장 많은 관객 7,000명,그리고 가장 많은 유료 관객 4,000명을 기록한 작품— 그 이름, <메밀꽃 필 무렵>
구미오페라단이 서울에서 올린 3일 공연,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이룬 낯선 성공. 전문가들은 말한다,“원작 이효석의 힘, 그리고 음악과 대본의 정서적 일치가 관객을 객석으로 이끌었다”고. 이날 CNU 충남대학 오페라중점사업단 학술대회는 이 기록을 한국 창작오페라의 중요한 이정표로 다시 세웠다고 발표했다.
대본과 음악의 첫 만남 — 창작 서막이 열리다
탁계석 대본가는 필자의 창작 초기 작품으로 <소나기>와 <메밀꽃 필 무렵>이 함께 태어난 날이었다. 메밀꽃의 악보는 영남의 대들보, 故 우종억 선생의 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건 내가 쓰고 싶네!” 선생은 80세에 첫 오페라에 도전했고, 호주로 날아가 밤을 세워가며 피아노보를 만들어 왔고, 다시 관현악을 완성해 마침내 초연의 막을 올렸다. 그로부터 10년, 그는 90세에 이 작품을 자신의 생애 기념비로 남겼다.
문학의 서정, 음악에 물들다
“바람 지나간 들판 위에 / 사라진 사람들의 마음이 머무르고…” 이효석의 문장은 갈등보다 풍경, 극적 폭발보다 정한의 떨림에 가까웠다. “이 단순한 이야기로 오페라가 될까?”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문학적 서정이 성악과 관현악 속에서 한국적 정서의 울림을 이루었다.
서양 오페라가 강한 극적 표출의 예술이라면<메밀꽃 필 무렵>은 ‘내면으로 통하는 오페라’였다. 외로움, 자연, 부성, 회한, 이 시대의 마음을 파고드는 조용한 폭발. 그래서 관객은 이 오페라를 “한국의 토속적 풍경화 같은 작품”이라 불렀다.
초연의 환호와 오늘의 과제
“첫 무대의 숨결 / 관객의 박수로 다시 피어나…” 초연 당시 무대, 가수, 관객 반응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국의 많은 창작오페라가 초연 후 자취를 감추듯 사라진다. 그렇지만 이 작품 또한 10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 꾸준히 공연되고 갈라 콘서트로 청소년을 찾아 가기도 했다. 이제는 ‘어떻게 국민오페라로 뿌리내릴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한때 평창 메밀꽃 축제와 연계하려 했던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이 실패는 오히려 향후 전국 공연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부각시킨다.지역을 넘어, 세대를 넘어,다시 무대 위에 세워야 할 시간이다.
국민오페라로의 길 — 2026 전국 5개 도시로
“바람 불어오는 길 따라 / 메밀꽃이 전국을 흰빛으로 물들이리…” 작품은 이제 새 여정을 준비한다. 내년, 전국 5개 도시 순회 공연. K오페라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한국의 서정과 원작의 정서를 음악으로 되살릴 계획이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늘 우리의 삶도 소외된 이들의 고단함도 가족의 그리움도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그 속에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땅에서 난 이야기,우리의 언어로 쓰인 음악, 우리의 마음이 들린다—그래서 국민오페라라 부를 자격이 있다.” 이제 메밀꽃은 계절이 아닌 무대 위에서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CNU 충남대학 오페라중점사업단 학술대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1편과 자유소극장 6편이 무대에
대극장(오페라극장)오페라로는 '메밀꽃 필 무렵'은 관객 7,000 명 동원에 유료 4,000, '논개' (관객 6065, 유료 3,666 ), '손양원' (관객 5,048, 유료 3,836), '처용'(관객 1981 , 유료 783), '누갈다'(관객 4460, 유료 1,207 ), '천생연분'(2014년/ 관객 2,538, 유료 1928 ), '주몽'(관객 2006, 유료 1440 ), '자명고'(관객 3,900, 유료 3,761), '여우뎐'(관객 4,400, 유료 510), '달하 비취시오라 (관객 4,602 유료 400)이다. 그리고, 올해 2020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천생연분' (2020년/ 1,549, 유료 213)이다.
소극장 오페라로는 '쉰 살의 남자'(관객 436, 유료 368), '봄봄&&아리랑난장굿'(관객 550명, 유료 172), 고집불통옹 (관객 505, 유료 124) '흥부와놀부'(관객 893, 유료 711), '배비장전'(관객 645, 유료 460) 등이다.
<메밀꽃 필 무렵 초연시 전문가 리뷰>
“베르디 아리아처럼 한번 들어도 입에 맴돌아”
최천희(오페라 작곡가/ 경남음악협회장)
“위인(偉人) 중심에서 순수 문학의 감동,
오페라계에 새로운 전환점 마련한 작품“
김완준(전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계명아트센터 관장)
"대본이 문학을 더 업그레이드 시켜,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져
많이 뜰 것 같네요”
이태수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본작가)
“따뜻한 마음으로 그대로 와 닿는 것을 느껴
새 창작이 계속해 나오기를 기대”
박희숙(오페라단장)
“대단히 감성적이면서 감동적인 작품”
이철우 (오페라 작곡가)
“한국 오페라가 나아가야 할 線(선)을 보여준 작품”
손정희(성악가, 테너)
“노래하기 편안한 대본과 음악을 만난 것은 성악가로서는 행운이죠”
김승철(성악가 ,바리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