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바야흐로 하프시코드 바람이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그 근원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나 소식을 전한다. 꽃씨를 나르고, 먼 산골의 숨은 이야기나 바다 건너의 소문을 실어 온다. 지금 한국 음악계에도 그런 바람이 분다. 바로 하프시코드의 바람이다.
바로크 시대 유럽 궁정의 애호를 받던 악기가 오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새로운 숨결로 초대되었다. 그것은 단지 악기의 전시가 아니라, 시대와 예술의 시간 여행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섬세한 변주와 장르적 확장,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정신의 미학이 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예술 인문학자 황순학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하프시코드의 탄생 배경과 미학적 의미를 인문학적 울림으로 전한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이 시점에 하프시코드가 서울의 역사 공간에 등장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다. 송은주 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은 바로 이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프시코드의 현대적 부활과 한국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다.
단순 감상을 넘어 관객 참여형 문화로
각 지역의 소규모 공연장에서부터 대형홀까지, 이 악기의 낯선 매력에 매료된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클래식 음악이 ‘귀한 취향’에서 ‘참여형 예술’로 옮겨가는 문화적 변화의 징후이기도 하다. 하프시코드가 더 이상 ‘수입된 음악’이 아니라, 우리 작곡가와 연주자, 청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창작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역사박물관 공연은 바로 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적 정서와 바로크적 형식이 만나 새로운 교류의 장이 열리고, 그 안에서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나아가 이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K-바로크의 글로벌 진출을 향한 실험무대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결합, 새로운 감동, 이것이 바로 하프시코드 바람이 품은 진짜 메시지다.
새로운 메뉴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문화적 자존심(프라이드)이 될 때, 그 바람은 오래 지속된다. 이제 하프시코드는 한국 음악사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바람, 바로 하프시코드의 부활이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