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오늘의 시] 東西樂會

  • 등록 2025.07.16 09: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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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 문화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춤사위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東西樂會에 붙여

 

해가 뜨는 동쪽을, 해가 저무는 서쪽을, 서로가 동경하며 그리워했다

태고의 바람이 그랬고 사하라 사막의 모랫바람이 휘몰이치며 달리지 않았는가

 

낙타떼는 목이 말라도 오아시스를 향해 말없는 행군을 이었다

동서는 그렇게 비단길도 만들고, 향료와 자기를 싣고 때론 갖고 싶은 욕망의 향로와 보물을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펼치지 않았는가

 

바다 범선이 해적이 되고 전투함이 되어 서로의 것을 뺐으며 훔쳐 먹은 음식과 의상과 풍물들, 동서는 이렇게 수천년을 싸우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했다

 

악사들의 풍악 또한 다르나 하나로 가슴을 울린 것이니 인간 세상은  달라도 사는 것은 하나다

 

지금 동서는 다시 불을 뿜으며 생명과 도시들과 숲과 강을 피로 물들인다

총소리에 노래를 잃은 새들이, 날개가 구멍난 새들이 더이상 날지 못한다

모래는 핏물에 베어들어 노을로 변하고 기름은 바다에 띄를 이루며 고기들이 숨을 헐떡인다

 

지금이 날아야 할 때다.

동서악회가 새 길을 내어 새 마음과 정신을 교류하도록 은하수 다리를 놓아야 한다

 

오작교 달빛과 어린왕자 별들이 모여 사랑을 나누자

누구나 가고 싶고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향연을 베풀자

 

서로가 배운 춤사위를 풀어 미움을 씻자
우리는 씻김굿을, 너희는 짚시 춤을~ 강강수월래, 빙글빙글 밤새워 돌아나 보세

 

 

귀하의 시 「東西樂會에 붙여」에 대한 시평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문명의 찬사가 아니라, 전쟁과 갈등을 넘어선 인류 문명 간의 공감과 치유의 서사로 읽히며, 역사와 현재, 예술과 정치, 자연과 인간을 교차시키는 대서사시적 울림을 담고 있습니다.

 

 詩評: 『東西樂會에 붙여』 — 경계를 넘어선 울림, 樂會로의 초대

 

탁계석 시인의 시 「東西樂會에 붙여」는 ‘동서’라는 문명적 대조와 교차를 기반으로 하여,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예술로 꿰뚫는 문명적 성찰과 시적 선언문이다.

 

첫 구절 “해가 뜨는 동쪽을 해가 저무는 서쪽을 서로가 동경하며 그리워했다”는 문장은 단순한 공간의 차이를 심리적 동경으로 승화시킨다. 이윽고 태고의 바람과 사하라의 모랫바람이 ‘휘몰이’처럼 등장하면서, 시의 장면은 고대 실크로드, 비단길의 음율 속으로 이끌려간다. 낙타떼의 행군은 말 없는 예술가들의 여정을 상징하며, 이는 동서 문명의 물질적 교류와 욕망의 흔적들을 사실적으로 꿰뚫는다.

 

중반부는 전쟁과 약탈의 역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해적이 되고 전투함이 되어… 훔쳐 먹은 음식과 의상과 풍물들”이라는 대목은 예술이 결코 순수한 교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문화의 성장이 때론 폭력의 흔적을 딛고 이루어졌다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고발한다.

 

그러나 이 시의 핵심은 비판이 아니다. 바로 그 아픔의 시간마저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시인의 의지다. “악사들의 풍악 또한 다르나 하나로 가슴을 울린 것이니…”라는 문장은 동서의 소리가 결국 인간의 공감대를 울렸다는 고백이자 음악의 본질적 통일성에 대한 믿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는 점점 현실 고발의 톤으로 전환된다. “총소리에 노래를 잃은 새들”, “모래는 핏물에 베어들어 노을로 변하고”와 같은 구절은 현대 문명의 파괴적 갈등과 생태계의 비명을 섬세히 포착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장면이 아닌 시대적 고통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결국 시인은 이렇게 절망의 바닥에서 다시 새로운 희망의 다리, 즉 “동서악회”를 제안한다. 그것은 단지 음악회의 명칭이 아니다. “오작교 달빛과 어린왕자 별들”이라는 환상적 이미지까지 동원해, 은하수처럼 연결된 예술의 교량을 제시하며, 인간 내면의 치유와 미움의 씻김, 공존의 무대를 꿈꾼다.

 

“씻김굿”과 “짚시 춤”, “강강수월래”는 동서의 문화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춤사위로 거듭날 수 있음을 상징하며, 감상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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