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노트] 역발상, 그 탁월한 힘 ― ‘춤추는 지휘자’와 ‘웃기는 듀오’

  • 등록 2025.07.04 09:13:23
크게보기

시장의 관심을 끌려면 우선 보이게 하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지휘자는 춤추듯 움직여도 된다.” 


이 말을 스스로 실천한 인물이 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뒤늦게 음악에 뛰어든 백윤학. 그는 디즈니 OST나 지브리 음악처럼 친숙한 레퍼토리를 전면에 내걸고, 팔과 어깨, 심지어는 발끝까지 쓰며 ‘댄싱 바톤’을 휘두른다. SNS 직캠은 수백 만 회 조회를 기록했고, ‘지휘자=근엄’이라는 편견을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가벼운’ 음악을 먼저 연결고리로 삼아 관객을 콘서트홀로 불러들이는 역발상이었다. 결국 “음악은 들리는 것이지만, 관객에게는 먼저 보이는 예술”이라는 통찰이 마케팅으로 이어진 셈이다.

 

반대로, Aleksey Igudesman & Hyung-ki Joo는 무대를 ‘코미디 클럽’으로 바꾼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느닷없이 랩을 하고, 오케스트라를 스탠딩 코러스처럼 세운다. 이 독창적인 쇼는 유튜브 조회 수 4,500만 회 이상, 전 세계 메이저 오케스트라 러브콜로 이어졌다. “클래식을 웃음으로 번역하면 관객이 따라온다”는 단순한 역발상이, 실제로 젊은 층 유입과 글로벌 투어 수익이라는 성과로 입증된 것이다.

 

왜 지금 ‘역발상’인가

1. 차별화 소멸 ― “유학·박사·콩쿠르” 타이틀만으로는 관객이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2. 보이지 않는 상품 ― 음악은 만져지지 않는다. 시각적·서사적 장치를 덧입혀야 소비자 접점이 생긴다.

3. AI 시대의 평준화 ―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잘 연주된 음원’이 넘쳐날수록, 현장 경험은 더 극적인 낯설음을 요구한다.

 

사례에서 배우는 3가지 전략

포인트 백윤학 Igudesman & Joo
관객 진입로 친숙한 대중 콘텐츠(애니·게임) 유머·패러디·팝 컬처
시각 언어 과장된 전신 동작 → ‘춤추는 지휘자’ 브랜드 즉흥 스키트·슬랩스틱 → ‘클래식 코미디’
시장 확장 가족·MZ 세대까지 객석 확대 콜라보(뉴욕필·BBC 모차르트 위크 등)로 글로벌 팬층

 

한국 클래식 생태계를 위한 제언
1. ‘보이는’ 창작을 기획하라
작곡가는 VR·라이팅·퍼포먼스 요소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쓰고, 연주자는 무대 미학·스토리텔링을 함께 설계하라.

 

2. ‘무대 밖’ 채널을 선점하라
라이브 직캠·틱톡 1분 해설·웹툰 프로그램노트처럼 플랫폼 네이티브 콘텐츠를 선제 제작하면 입소문은 기하급수로 확장된다.

 

3. 기득권 레퍼토리에서 벗어나라
AI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완벽’하게 재현해 주는 시대, 인간 연주자는 새 소리·흙 냄새 같은 ‘불완전함의 감각’을 탐험해야 한다.

 

역발상도 연습하고 개발하라 

역발상은 단순한 ‘엉뚱함’이 아니다. 문제가 뚜렷할 때 관점을 뒤집어 보는 과학적 사고이며, 동시에 관객에게 닿기 위한 시장 전략이다. 춤추는 지휘와 웃기는 클래식이 증명하듯, 낡은 규범을 깨는 순간 새로운 관객, 새로운 수익, 새로운 예술 언어가 열린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당신의 다음 발상은 어느 방향으로 뒤집힐 것인가?”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매헌로14길 21 등록번호 : | 등록일 : | 발행인 : 탁계석 | 편집장 : 김은정 | 이메일 : musictak@daum.net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