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문화는 소수의 전문가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가에 따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흔히 예술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것은 대극장의 무대, 세계적인 스타 연주자, 혹은 화려한 오케스트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화의 진짜 지표는 이러한 몇몇 정상급 예술인의 출현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향유하느냐에 있다.
실제로 독일에는 55,700개 합창단, 2백10만명의 합창동호인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직업과 무관하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바흐, 헨델, 베토벤 같은 대작곡가의 작품을 연습하고 공연한다. 이들은 비전문가이지만 음악에 대한 헌신과 수준은 전문가 못지않으며, 문화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예술은 그들의 여가를 채우는 취미이자 자아실현의 방식이며, 무엇보다 공동체의 연대를 이끄는 힘이 된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인구 550만 중 약 32만 명이 지역 음악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성악, 악기, 무용을 배우며 음악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교육비의 80% 이상을 지원하며, '모든 국민이 아마추어 예술가'라는 철학을 실현 중이다. 예술이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시민의 권리로 인식되는 국가의 문화정책은 실로 눈부시다.
프랑스 또한 지역 오페라단과 음악 동아리가 생활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파리 외곽에서도 주민 합창단이 정기적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완성도 높게 공연하고, 동호회 출신의 연주자들이 지역축제에서 협연하며 ‘생활 속 음악’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생활음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며, 이를 통해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국도 이제 그러한 변화를 준비할 때다. K-Classic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일회성 공연을 넘어 ‘참여하는 문화’로 확장하고자 한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성악 동호인들이 중심이 되어, 아마추어와 전문 예술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활문화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수요’ 기반의 생태계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공급은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 해답은 지역 동호인 예술의 활성화에 있다. 문화는 관객이 아닌 ‘참여자’가 많아질 때 진정한 저력을 갖는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삶을 노래할 수 있는 사회. K-Classic은 이제 ‘듣는 음악’을 넘어 ‘함께 부르고 만드는 음악’으로, 예술의 방향을 전환하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문화국가로 가는 길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선순환 생태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