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노트 ] 제3회- 남기는 것은 과거를 위한 일이 아니다

  • 등록 2025.04.29 1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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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예술인 채록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긴급 과제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시대가 어떤 고민과 열망 속에서 예술을 만들었는지를 섬세히 기록해야

 

한국 사회는 늘 성과에 치우쳤다. 얼마나 많은 무대에 섰는가, 얼마나 큰 상을 받았는가에 집중했다. 숫자와 외형에 매달리는 동안, 정작 '어떤 이야기를 남겼는가'에는 무심했다. 예술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과 정신의 집합체임에도, 우리는 그 궤적을 기록하는 데에 인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원로 예술인들이 조용히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예술, 시대의 목소리는 기록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한 시대를 관통한 경험과 사유, 고통과 영광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원로 예술인 채록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긴급 과제다. 개인의 명예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화적 자산을 구축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담고 있는 수많은 작은 서사들은 시대를 이해하는 소중한 단서가 된다. "그때는 그랬다"는 개인의 회고를 넘어, 문화사적 사실로 남기려면 체계적인 기록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공연예술 비평 역시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기록이어야 한다. 공연은 한 순간의 감동이지만, 비평은 그 감동을 언어로 정리해 미래로 전달하는 일이다. 연주를 넘어 해석의 흔적을 남기고, 그 시대가 어떤 고민과 열망 속에서 예술을 만들었는지를 섬세히 기록해야 한다. 무대 위의 열정만이 아니라, 무대 아래의 시대정신까지 함께 남겨야 한다. 

 

과거를 제대로 기록해야 미래가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남기는 것은 과거를 위한 일이 아니다. 미래를 밝히기 위한 일이다." 기록은 후대를 위한 길잡이다. 아무리 훌륭한 무대도, 아무리 눈부신 창작도 기록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의 기억에만 남을 뿐이다. 과거를 제대로 기록해야 미래가 방향을 잃지 않는다. 문화 기록 운동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전 세계가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유산을 관리하고 있는 오늘날, 기록 없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봉인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우리의 문화적 토양을 이해하고 자양분 삼을 수 있게 하는 생명줄이다.

 

이제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원로 예술인을 기록하고, 공연예술을 아카이브화하고, 관점과 해석을 저장하는 기록 운동을 퍼뜨려야 한다.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기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억을 남기는 것은 과거를 기리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일이다.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 축적이 아니라, 공동체가 자기를 인식하고 성장하는 토대다.

 

기록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때, 대한민국 예술은 진정한 세계 유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예술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예술원 전 회장 나덕성 첼리스트와 함께

장혜원 한국 피아노학회 이사장과 함께~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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