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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詩 칼럼]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 올라브 H 하우게

A Better Me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됩니다

K-Classic News 원종섭 칼럼니스트 |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내가 목말라한다고 바다를 가져오지는 말라

 

내가 빛을 찾는다고 하늘을 가져오지는 말라

 

다만 하나의 암시, 이슬 몇 방울,  파편 하나를 보여 달라

 

호수에서 나온 새가 물방울 몇 개 묻혀 나르듯

 

바람이 소금 알갱이 하나 실어 나르듯.

 

-Olav H, Hauge

 

 

 

 

 

 

 

어떤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삶으로도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일생 동안 소박한 삶을 산 농부답게

하우게는 주로 짧은 시를 썼습니다

 

시인은 거대 빙하들이 만든 피요르드 해안과

호수들이 있는 마을에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거기서 얻은 영감이 이 시 속에 녹아 있습니다.

 

 

새는 호수에서 물방울 몇 개만 묻혀 나를 수 있고,

바람은 바다에서 소금 몇 알갱이만 실어 나를 뿐입니다.

 

그 물방울 몇 개, 소금 알갱이 몇 개를 가지고

호수와 바다로  우리는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불확실한 길이지만 거기에 추구의 묘미가 있습니다.

 

 

 

하우게의 또 다른 시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Don't Stand There Shouting On A Hilltop"도

노르웨이의 국민들이 애송하는 시입니다. 

 

 

저기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물론 당신이 하는 말은

옳다, 너무 옳아서

그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소음이다.

 

언덕 속으로 들어가라.

그곳에 당신의 대장간을 지으라

그곳에 풀무를 세우고

그곳에서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그 노래를 들을 것이다.

그 노래를 듣고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Olav H, Hauge

 

 

자신이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경이로움 속에/ 웃는 이와 함께 합니다

 

 

 

 

 

 

 

올라브 H. 하우게  Olav H  Hauge 

1908~1994.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3인의 현대 시인 중 한 명 입니다.  해안 마을 울빅 Ulvi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과수원 농부가 되어 평생을 일했으며 자신이 직접 가꾸는 70그루의 사과나무에서 나는 사과에 의지해 생계를 이었습니다. 하우게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그가 나무를 깎아 만든 스푼과 식기, 나무의자, 책꽂이들을 보고 놀라곤 했습니다.

 

거의 독학으로 독학으로 영어, 불어, 독어를 익혀 책과 문학에 파묻혀 시를 읽고 번역했습니다. 노르웨이어로 쓴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늦게 문단에 등장했지만 8권의 시집을 썼고, 예이츠와 랭보와 브레히트 등의 작품을 모국어로 번역했으며, 5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 늦게 문단에 등장했지만 8권의 시집을 썼고, 예이츠와 랭보와 브레히트 등의 작품을 모국어로 번역했으며, 5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습니다. 고향에 하우게 센터 Hauge Center가 있습니다.

 

 

 

65세에 하우게는 22살 연하의 화가 보딜 카펠렌과 결혼했습니다. 그가 드물게 참석한 시 낭송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습니다. 처음 하우게의 집에 들어선 카펠렌은 자신이 그곳에서 살게 될 것을 예감했습니다. 두 사람은 20년을 함께 살았고, 하우게가 85세에 먼저 세상을 떴습니다.

 

 

병을 앓지는 않았으며  

스스로 열흘 동안 음식을 끊고

책을 읽던 의자에 앉아 숨을 거뒀습니다.

 

 

 

 

 

저도 좋아하고

여러분도 좋아할지 모를  올라브 하우게의 

아름다운 시들을

노르웨이의 국민들이 애송하는 시들을

좀더 소개 합니다. 

모처럼  하우게의 아름다운 시에

파묻혀 보십시요.

 

 

 

 

 

 

우리가 나르는 것은 꿈이라오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꿈

일어나야 한다는 꿈

시간이 열리고

문들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꿈

땅이 열려 물이 솟고

꿈도 열리는 꿈

그런 꿈들을 싣고 어느 아침처럼

미지의 항구로 들어서는 꿈

-Olav H, Hauge

 

 

 

고양이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당신이 방문할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Olav H, Hauge

 

 

노시인이 시를 쓰네 

 

노시인이 시를 쓰네

행복하도다 행복하도다 샴페인 병처럼

그의 내부에서 봄(春)이

기포들을 밀어 올리니

병마개가 곧 솟아오르리.

-Olav H, Hauge

 

 

야생 장미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Olav H, Hauge

 

 

나는 시를 세편 갖고 있네 

 

나는 시를 세 편 갖고 있네

그가 말했다.

시를 셀 수 있는가?

에밀리*는 시를 써서

트렁크에 던져 넣었지, 그녀가

시를 세었을 리 없지

또 다른 티백 종이에

시를 썼지.

그게 옳아 좋은 시는

차향이 나야 해.

아니면 숲의 땅이나

갓 자른 나무 냄새가

-Olav H, Hauge

 

 

나뭇잎집과 눈집 

 

이 시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그저 자유롭게 모인

몇 단어예요

그러나 아직도

시작(詩作)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있어요

아주 잠시

시 속에서

집을 갖는 것 같아요

어릴 적

나뭇가지로

놀이집을 지었죠

우리는 집을 만들고

기어들어가 앉아

빗소리를 들었어요

홀로 자연 속에서

코에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꼈어요 

크리스마스에는 눈집을 지었죠

웅크리고 앉아 부대로

입구를 막고

초를 켰죠 거기 있었어요

그 길고 추운 저녁들 내내.

-Olav H, Hauge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Olav H, Hauge

 

 

죽은 나무 

 

까치가 이사를 했다

까치는 죽은 나무에 집을 짓지 않는다

-Olav H, Hauge

 

 

한겨울, 

 

 

한겨울, 눈

새에게 빵을 나눠준다

조용하니 잠이 깨지 않는다

-Olav H, Hauge

 

 

홍수

 

강이 범람한다고

물고기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비버들은

집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해 한다.

-Olav H, Hauge

 

 

 

 

 

한 단어

- 하나의 돌

차가운 강물 속

또 다른 돌 하나

이곳을 건너려면

더 많은 돌이 필요하다

-Olav H, Hauge

 

 

 

 

 

추억

 

 

어릴 적

나의 추억은 바람

오늘

바람은 없다

전혀 없다

새도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건가

-Olav H, Hauge

 

 

푸른 사과 

 

여름은 가고 추웠고 비가 많았다

사과가 푸르고 시다

그래도 사과를 따고 고른다

상자에 담아 저장한다

푸른 사과가

없는 사과보다 낫다

이곳은 북위 61도이다

-Olav H, Hauge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스스로 걸어야 한다

모르는 곳으로

먼 길이다

 

길은 그런 것

오직 스스로

걸어야 한다 길은

돌아올 수 없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남기지 마라

지나간 처음의 길은

바람이 지우리

-Olav H, Hauge

 

 

 

 

 

그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Olav H, Hauge

 

 

 

때가 되었다

 

조준되고

달과 화성에 착륙한다

별들에

독이 뿌려질

-Olav H, Hauge

 

 

 

나는 이곳에 살았다 

 

나는 이곳에 삼십 년도 넘게 살았다

바람 불던 세월아, 높은 지붕 별들이

항해하듯 지나갔다

나무들과 새들은 이곳에 정착했다

나는 아니다

-Olav H, Hauge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 

 

오 성스런 별들이여

차갑게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들을

펼치는구나

그리고 차가운 빛을.

 

너의 하나의 위대한 경험도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들을

펼친다

그곳에

빛의 씨를 보관한다

 

가까이 오지 마라

결코 지나치게 가까이.

모든 존재 사이에는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이 있으니

시간이 다할 때까지.

-Olav H, Hauge

 

 

 

비오는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Olav H, Hauge

 

혹여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고

헛소동이라 할 지라도

 

내  마음에  아름다운

언어의  길이  나기를  축복합니다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