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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얼굴 작곡가 신귀복 선생의 얼굴을 뵙는 역사적 기회

신귀복 100곡집을 알리는 연주회(4월 21일 반포심산아트홀)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예술가들은 영감에 살고 영감에 죽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스프레이션이 중요하다. 그 순간의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 메뉴판에다 악보를 남긴 경우도 있고 시인들은 손바닥에 또  이중섭은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 그 유명한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의  합창이 나오는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역시  마스카니가 27살 때 음악교사를 하면서 악보 출판사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영원한 명작 한 곡을 남긴다는 것은  순간의 감흥이긴하지만 하늘이 내린 것이다. 이것은 올림픽 금매달과 비교가 안될 가치다. 스포츠는  기록에 그치지만  영원히 노래는 불려지며, 그 생산성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가슴에 수놓아진 하늘의 별과도 같다. 

 

작품이 우리에게도 있다. 동요, 가곡, 국민가요로 불리는 신귀복 선생의 '얼굴'이다.  이 곡 역시 그 탄생 비화를 보면 악흥의 순간이 빚어낸 것임을 느끼게 한다. 한 중학교에서 아침 교무회의를 하던 두 분 선생님이 따분한 회의를 피하려고 즉석에서 만든 곡이라 한다. 그러니까 1970년대는 군사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아서, 학교 교무회의도 '훈시말씀' 많아 이 지루함을 벗어나려고 생물선생님의 가사에 음악선생이 화답해 곡을 만든 것이다. 이후 가곡은  교과서에도 실리고 1970년대 윤연선의 노래로 국민가요가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귀복 100곡집을 알리는 연주회 소식이다.  일반 국민들은 작곡가의 생존여부도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슈베르트나 슈만의 작곡가를 생전에 만난다면 이것은 두고 두고 가문에 회자될 뉴스가 아니겠는가. 이젠 우리도 작곡가의 위대함과 존경을 표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K콘텐츠 시대다. 

 

이번 신귀복 작곡가의 연주회를 통해 한참 뜨겁게 불고 있는 가곡 열풍이 더욱 확산되어 갈등과 반목, 오늘의 피로감을 씻어 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얼굴, 잊혀진 얼굴, 그립지만 만날 수 없는 얼굴, 어찌보면 우리 인생은 평생 얼굴을 살다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굴을 예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 얼굴, 얼굴이 되었으면 한다. 

 

 

 

 

 

 

얼굴 

심봉석 작시, 신귀복 작곡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맴돌다가는 얼굴
하얀 그때 꿈을
동그랗게 동그랗게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