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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리뷰] 이정연 작곡 어린이 음악극 ‘​할아버지의 시계’  

국내 투어 후에 미국 공연 가능성도 열었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첫 경험, 평생 영혼의 텃밭에 뿌려지는 예술의 씨앗 

 

급격하게 떨어진 출산율은 아이의 존재를 전(前)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귀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정보를 뒤져서라도 뭘 먹일까? 어떤 것을 입힐까? 아이의 부모는 쩔쩔맨다. 몇 배의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천연식품의 브랜드 찾아 나서는 것도 하나 혹은 둘뿐인 아이를 위해서다.

 

딱 여기까지다. 생필품에는 최고에 도달했지만 아이의 정신이나 평생을 살아갈 영혼의 텃밭을 가꾸는 것에는 관심이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정착 소중한 것은 한 끼의 식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예술 무대와의 만남이다. 이때 받은 감동은 아이의 평생을 지배하고 하나의 기준점이 설정이 된다. 음악가의 한 집 건너 대부분 음악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애들은 본 때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 관람은  ‘예술 접종’이다. 

 

흡수력 100%의 도화지에 그리는 것은 엄마의 몫 

 

흡수력이 100%인 순결한 백지에 어떤 그림을 보게 하느냐, 뭘 듣게 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어른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릴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화가나 작가들 중에는 유독 어린 서절을 회상하는 원초적 감성을 가진 작가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의 선택 권이 없을 때에 그 경험은 부모의 예술 경험과 일치한댜. 그리고 그것은 상당수 유전(遺傳)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모른다고 아이들까지 물려 줘서는 안된 다는 것이다. 

 

눈높이 맞춘  한국 어린이 음악 명작으로 탄생 

 

지난달 29일 오후 5시, 대구 콘서트 하우스 쳄버홀 무대에 오른 이정연 작곡가의 ‘할아버지의 시계’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어린이 음악극의 결정판으로 보였다. 그 평가는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  누구라도 이 공연을 봤다면 아들, 딸, 손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동화 같은 스토리 음악극이었다. 그러니까 Grace Cha의 동화 ‘From Korea to California: Our Journey to America"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 1세대들의 삶과 항일운동 지원 상황들을 그려낸 것. 작곡가는 박재민 대본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플루트, 첼로, 타악기, 피아노, 가야금의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어우러지면서 그 중심에 판소리를 두었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모던 판소리"라 했다. 대본과 무대, 음악에서 플루트 안수영, 첼로 오국환, 타악 김보혜, 피아노 김예름, 가야금 엄윤숙의 앙상블 또한 물 흐르듯 긴밀한 호흡으로 효과를 배가 시켰다.  

 

이번 공연의 성공은 무엇보다 하나하나에 깃든 영양가 만점의 식단에 있다. 대본 구성은 물론 그래픽 영상의 활용, 대문짝만한 활자의 가사, 정지혜의 탁월한 판소리 소통력은 가히 세계 시장에 내 놓아도 좋으리만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이 작곡가의 2015년 "피아노 소풍" 이후 지난 7년간의 어린이 음악에 대한 집중력의 결정판으로 보였이다. 그간의 노하우가 베어 들어 완성도 높은 공연이 이뤄진 것이다. 경제적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근자에 조악하고 불량한 싸구려 음악이 넘쳐나는데  이번 '할아버지의 시계'는 격(格)을 달리한다. 때문에 한국 어린이 음악의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어린이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한 점이다, 흔히 어른들이 애들이 뭘 알아! 하는 기존 낡은 관
점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것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엄마가 맘을 주듯 잘 녹였다. 

 슝~뽁뽁 의성어의 사용, 그네 놀이, 친근한 삽화 그림, 객석 모두가 국악 장단과 추임새를 배우게 하면서  형성한 일체감은 가족 콘서트의 모범이다. 우리 어린이 창작의 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앙코르 공연이나 초청하도록 문화재단 문을 두드려라 

 

그 맛이나 향기에서 1시간의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빨려 들어간 그 시간의 행복을 아이들은 영원히 엄마, 아빠와 함께 본 장면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성년이 된 후 아마도 작곡가가 할머니가 되고 그들이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그 엄마나 아빠는 이를 전수할 것이 틀림없다.  현명한 부모의 선택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프로코피에프 '피터와 늑대', 아말과 동방박사 등 세계 명작 음악에 대가들이 작곡을 많이 했다. 이제 이들 작품과 어깨를 겨눌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아니 우리 것이 훨씬 맛있다. 아이들이 그렇게 말할 것이라 확신한다. 애들은 거짓말을 배우지 않았고 정보도 없고  해석할 줄 모르기에 아이의 요구가 없어도 이런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가 된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시계’는 국내 지역 도시를 투어한 후에 미국으로 수출하면 정말 좋겠다. 좋은 공연이 홍보나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기회를 잃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평론가가 강추하는 이유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아이들이 문화적 삶을 통해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엄마의 정성이다.  좋은 씨를 뿌려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성경 말씀이 아니어도 누구나 아는 말, 남은 것은 실천이다.  앙코르, 앙코르 공연이다~!! 

 

         인삿말 하는 이정연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