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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당진 포구를 담다' 레지던시결과 보고 큐레이터 김남윤 

아미미술관은 지역 문화의 토양에 밑거름이 되고자 포구(浦口,port)를 주제로 레지던시 프로그램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Photo: 탁계석 

 

서해안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은 개펄이다. 특히 삶이 난해하고 핍진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짙은 회색빛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겉으로 보아서는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흙들의 지평선 .그리고 냄새, 코끝이 얼얼해지는 갯내음 속에 서사 얼마쯤 서성이다 보면 저잣거리에 두고 온 진흙투성이의 세상의 일들은 문득 지워지기 마련이다.-곽재구의 <포구기행> 중 

 

아미미술관이 자리한 서해안의 충남 당진 이곳의 풍경도 그러하였다. 당진은 1990년대부터 해안가에 조성된 대규모 산업단지 외에도 1970년대부터 시작된 방조제의 건설 2000년대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관광지로도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인해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아미미술관은 지역 문화의 토양에 밑거름이 되고자 올해 당진의 포구(浦口,port)를 주제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당진은 본래 리아스식 해안임에도 불구하고 수심이 깊어 배가 드나드는 포구가 발달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이어 삼국시대부터 당(唐)을 오가던 나루가 있었을 만큼 당진의 포구는 경제,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남아있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삽교천, 석문, 대호 방조제 공사로 인해 옛 포구의 흔적들은 상당 부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또 간척 사업의 결과 아쉽게도 포구와 갯벌은 대부분 기능을 잃은 상태이다. 다만 최근 당진 포구에 관한 구술사 연구를 통해 실제로 송산 신평면에만 20여 개의 포구가 있었음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포구박물관이나 역사관은 전무한 상태인지라 시각 분야에서라도 포구에 대한 관심 갖고 아카이브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아이미술관의 2021 레지던시 전시는 5명의 작가들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당진 포구의 이미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당진 출신 작가이거나 이주 작가로서, 혹은 잠시나마 살아보며 당진을 경험한 작가들에게, 당진의 포구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비춰지는 듯하다. 

 

이번 작품들은 작가들이 과거를 기억/상상하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꿈꿔보는 과정을 통해 잊혀 가는 포구에 대한 시각적 발굴 산업이 되기도 하고, 혹은 포구를 떠난 이들이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방인까지도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를 품기도 한다. 또 낭만적이거나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모두 포함하는 제법 큰 것이라 하겠다. 5인 5색의 포구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사라져 가는 당진 포구 문화에 대한 관 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되길 바라본다
 


큐레이터 김남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