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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음악협회 정기연주회 '노래하는 순간이 생애 최고이죠'

무대가 주는 설레임과 흥분은 인생의 새 활력!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비전공 회원들과 이탈리아 유학파 성악가들이 한 자리에서 노래를 펼친다. 변변한 우리 노래가

부족했던 시절의 산타루치아. 오, 솔레미오는 동경 그 자체였다.  멀고 먼 나라, 지도상에서나 펼쳐 보던 시절, 이탈리아는 젊은 청년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불면의 밤을 지세며 가슴에 타오르는 열정을 가눌 길 없어, 역시 변변치 않은 가산을 탈탈 털어서 비행기를 타고 말지 않았겠는가. 

 

레코드에서나 듣던 세기의 성악가들, 특히 질리나  스테파노의 낭랑한 미감의 소리는 혼을 뺐고 도 남았으리라. 가자 이태리로, 가자  베네치아로 ~ 가자 산타루치아로 !  곤돌라 뱃사공도 너무 멋지지 않던가. 

 

우리 성악의 성장세 꺾이지 않았으면 

 

유학에 유학,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치 난민 피난 가듯 쏱아져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성악 강국이 된 것이다. 이태리 전역의 콩쿠르를 다 따먹고, 그것으로 연명하는 킬러들(?)도 많았으니 언젠가, 이탈리아 음악협회가 금지시키자는 법안(?) 까지 검토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세계의 성악 콩쿠르 60% 이상을 점유하였으니 거의 독과점이 아닌가! ㅎㅎ 그런데 지금 우리 성악가들이 너무 힘겨워 하고, 험한 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가 당시에 소수민족의 위치였을 때.  그 가난했을 때 이태리는 우리의 선망이었고,  칸쪼네와 오페라의 아리아들은 성악의 숲을 길러낸 자원이었다.  그 전성의 시절., 가창의 천국을 보는 오늘의 시선은 또 어떻게 바뀌었는가.  

 

그 사이 동호인들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노래방이 노래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대'라는 것이 주는 설레임과 황홀감,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한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수많은 시간의 땀이란게 관객의 박수 앞에 섰을 때 그 긴장의 짜릿함은 일상과는 다른 별개의 것이다. 

 

객석에 앉아 노래를 듣는 것과 객석을 바라보며 내가 노래를 부는 것은  차이 이상의 차이다. 그 차이를 알기 시작하면 노래를 멈출 수 없다.  노래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는 성실하게 다듬고 훈련을 하면 한 만큼 조금씩 성장한다. 

 

세기의 명 테너 베니아미노 질((Beniamino Gigli) 1890.3.20-1957.11.30) 마저 '발성을 하는데 일생이 필요하고, 노래를 하는데 또 한 생이 필요하다' 고 하지 않았던가. 예술만이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면 우리 삶의 태도도 바뀐다. 

 

잘먹고, 잘 자고,  성악은 심플을 좋아해~ 

 

몸이 악기인 성악은 몸의 컨디션 관리에서 출발한다. 잘먹고, 잘자는게 최선이다. 잠과 소리는 직결되어 있다. 머리에 복잡한 것을  많이 담아두면 노래가 안된다.  어느 성악가는  지방 공연이 있을 때 하루 먼저 가서 호텔방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컨트롤 한다고 했다.  그러면 그 가수는 그날의 무대를 휘어잡는다. 다른 이들은 당일치기로 오니까 여행에 피곤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지방 공연에서 성과가 별로 좋지 않다. 

 

동호인 성악과 전문 성악가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무대를 확장할 수 있다면 성악의 더 넓은 시장 형성을 위해 필요한 것 같다.  일전에 97세의 테너 노래를 들었는데, 그 자체로 훌륭한 인생이 아닌가. 60대에 노래하는 전문 성악가가 얼마나 있는가.  동호인은 겁이 없어도 되니 이 또한 큰 무기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K클래식이 베스트 성악가들과 함께 이태리 밎 유럽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가곡의 보급을 위해서다.  울림이 좋은 극장들이 너무 많은 유럽 무대를 한번 서보는 것, 가슴 설레이지 않은가. 

 

날마다 노래 생각하고, 날마다 발성 생각하고, 잠에서도 무대에 서는 꿈을 꾸면 꿈은 이뤄진다.  이들 음악회에 노래를 부르지 않으나 뭔가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이들로 가득했으면 한다.  왜, 저들은 이토록 노래에 열광하는 것일까. 무대에 서보지 않으면 설명이 어렵다. 아는 만큼 보이고 서는 만큼 된다. 자주 서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래서 '무대가 선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