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원종섭 기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시집 ≪우리가 물이 되어≫ (1986)
WJS © the Poems. Redfox © Healing Poem of KAPT
시인은
저 홀로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만남의 열망
기대 고립된 개체들 우리의 합일
가문은 가뭄이 든, 삶의 삭막함과 고독감
기계문명 편의성 죽은 나무 뿌리 물 새 생명
불로만나 태움 물로 조화
넓고 깨끗한 하늘
처녀 같이 순수의 바다에서 만나기를
시인은 생각합니다
WJS © the Poems. Redfox © Healing Poem of KAPT
사랑할 땐 살기를 바라고
미워할 땐 죽기를 바라는
그 변덕스러운 모순
인간, 그 알 수 없는 존재
불안한 꿈속에서 홀로 걸었지만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칼럼니스트 원종섭 Won Jong -Sup
詩人 / 길위의 인문학자 /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제주대학교 교수 / K-Classic News 문화예술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