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쁜데 웬 설사
김용택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 김용택 시집 『강 같은 세월』 창작과 비평사, 1995
문체는 정신의 표현 방식 입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이런 긴박한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요
실제로 이 시는
시인의 어머니가 저 광경을 목격하고선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시인이 고스란히 받아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시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었습니다
여섯 행에 불과한 이 짧은 시에서
어느 한 행이라도 빠져있다면
긴장감의 밀도가 떨어져 재미도 덜했을 것입니다.
‘바작’이란 낯선 농촌 물건도 살짝
시의 품격을 거들고 있습니다.
바작은 지게에 짐을 싣기 좋도록 하기위해
대나 싸리로 걸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조개모양의 물건입니다.
세상은 마구 변해도
인간과 자연은 다행히 언제나
거룩하고 신성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최고는 늘 단순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살아있는 제단입니다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